투자 혹한기에도 블록체인 스타트업에는 '뭉칫돈'

입력 2022-10-17 17:29   수정 2022-10-17 17:52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사업 초기인 시드, 시리즈A 단계에서 예년 수준의 5~10배에 달하는 100억원대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 투자 시장 위축에도 블록체인 적용 분야는 장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 전문 스타트업 에이포엑스는 지난달 시드 단계에서 129억원을 투자받았다. SK㈜, DSC인베스트먼트, 슈미트, KB인베스트먼트, 네이버 계열 투자사 스프링캠프 등이 투자했다. 에이포엑스는 밸리데이터(블록체인 검증인) 사업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서비스 출시가 안 된 시드 투자 단계에서 1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블록체인 지갑 서비스업체 해치랩스는 지난 4일 시리즈A(사업화 단계 투자)에서 120억원을 투자받았다. 해치랩스는 국내 블록체인업계에서 암호화폐 발행 없이 이익을 내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이더리움재단에서 장려금을 받은 첫 국내 기업이기도 하다. 해치랩스는 블록체인 보안감사 서비스로 출발해 최근 암호화폐 지갑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해치랩스의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페이스 월렛’은 별도의 설치 없이 소셜네트워크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종현 앤파트너스 파트너는 “해치랩스는 그동안 투자 유치 없이 자체 매출만으로 2018년 이후의 ‘크립토 윈터’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페어스퀘어랩도 지난달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정보인증, 한미글로벌이 투자자로 나섰다. 페어스퀘어랩은 탈중앙화금융(디파이)과 웹3.0 서비스 개발에서 전문성을 지닌 업체다. 페어스퀘어랩은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한국정보인증과 공동으로 신사업을 추진한다. 양사의 블록체인 기술과 보안인증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게임 ‘액시인피니티’ 운영사인 스카이 마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업체 더샌드박스 등 최근 기업가치가 급격히 커진 해외 블록체인업체들은 대부분 2~3년 전 블록체인 투자 암흑기에 사업을 시작했다”며 “그때 이들 업체에 투자한 VC들이 대박이 나자 그 학습 효과로 최근 유망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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